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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71

FNL-Phantasm 2016. 8. 6. 09:59

171

 

 

 

해가 뜨면 언젠가는 달이 떠오른다. 언제나 바뀌지 않는 규칙이라면 아마 이런 것일까? 밤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골치 아픈 일들 투성이라는 것. 늘 문제점이 있는 사람은 항상 생각하기 마련이고, 거기에 이어서 돌파구를 찾아도 다시 또 다른 문제가 터져버린다는 것. 이것이 인생이라면, 분명 내 인생은 연쇄폭발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카일! 물이 따듯해요오. 들어오세요오.”

 

분명히 내가 씻어야 하는 시간대에 맞춰서 목욕을 하러 갔을 때는, 이미 루니아 누나가 점령을 하고 있었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로, 커다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이라면 럭키!”하며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5%, 그리고 들어가지 않고 돌아갈 가능성은 95%에 해당한다.

 

사람들이 차려진 밥상을 먹을 줄 모른다는 그런 비유까지 하지만, 막상 자신에게 들이닥치면 아무것도 못하고 도망가기 바쁜 사람들이리라. 일단 이 이야기는 버리고...

 

뭐가 들어오세요오.’ 에요! 분명 지금 시간대는 제가 씻을 시간대잖아요? 루니아 누나는 30분 이전에 이미 다 씻었는데, 어째서 다시 목욕탕에 들어가 있는지부터 설명하시죠!”

 

많이 씻으면 그만큼 많이 깨끗해지잖아요오?”

 

그렇게 씻으면 사람이 나중에 투명인간 되겠습니다? 앞으로 3번정도 더 연속으로 씻으면 사람의 형체가 사라지던가요?”

 

아무리 호문쿨루스와 유랑극단이 판을 치고, 전 세계적으로 뭔가 반란이 일어나는 그런 문제보다는, 지금 당장 내 눈에 닥쳐온 이 문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만 했다.

 

! 루니아! 못 보던 사이에 스타일이 더 좋아졌네!”

 

윈디도 있었냐...

나중에 씻도록 하자.

 

무슨 목욕탕에서 내쫓겨난 것도 아니지만, 공허한 마음이 이리저리 생길 무렵, 루시피나는 어라?”라는 의문사와 함께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신랑? 벌써 다 씻은 거야?”

 

아뇨. 이미 루니아 누나와 윈디가 점령을 했더군요. 덕분에 나중에 씻으려고...근데 지금 뭐해요?”

 

보아하니 디저트를 만들고 있는 모양인데...

 

티라미수야. 오늘 저녁 다 먹고 나올 디저트.”

 

눈으로만 봐도 잘 되어 보이긴 하네요? 꽤나 맛있게 만들어 질 것 같은데.”

 

헤헷...”

 

쑥스러워 하면서도 웃어 보이는 루시피나는 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티라미수는 처음으로 만드는 거라 좀 불안하지만, 그래도 신랑이 먼저 맛보면 괜찮아 질 것 같아.”

 

작은 포크로 조각을 낸 뒤에 찍어서 입 속으로 가져가자, 폭신한 느낌과 퍼져오는 초콜릿 향과 더불어 한 템포 늦게 찾아오는 짜릿한 단맛이, 뇌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 입맛이, 성별이 바뀌면서 단맛에 예민해진 것도 있지만, 남자였을 때도 먹었다면, 즉답으로 당당하게 맛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상당히 맛있어요. 처음 만든 것 치고는 정말 완벽하게 되었어요.”

 

헤에...”

 

루시피나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뭔가 황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겁에 질린 나는 잠깐 움찔하고 나서 물어봐야만 했다.

 

저기? 뭐라도 묻었나요?”

 

아니. 신랑이 티라미수를 입에 넣었을 때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아무래도 단 맛이 뇌를 강타했을 때, 내가 무슨 표정을 무의식적으로 지었나 보다. 나는 기억에 나지 않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덤으로 대체 무슨 표정이었는지 물어보기라도 할까?

 

제가 무슨 표정을 지었길래?”

 

루시피나는 잠깐 생각을 하다가, 만화책을 갑자기 꺼내더니 펼쳐주면서 보여줬다.

 

거의 이런 표정이었어!”

 

잠깐만요. 루시피나. 그 책은 청소년 관람금지라고 쓰여져 있는데요? 그럼 제가 설마 그 티라미수를 먹고 저 여 캐릭터의 표정을 지었다는 건가요? 아무리 내가 기억에 없다고는 하지만 그런 표정은 절대로 짓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비슷했는걸?”

 

그보다 그 책 누구에게 받은 거에요?”

 

루나링에게 받았어. 2차 창작이라면서 봐! 여기 카일이야!”

 

어째서 루나의 2차 창작에서는 여성화가 된 제가 엉망진창으로 당해있는데요!”

 

이 정신 나간 토끼를 지금 당장 잡아가지고, 절구통에 집어넣고 내려쳐야...어라? 잠깐만?

 

어째서 공격측이 루니아 누나를 남성화 시킨 건가요! 책 안에서 저는 이토록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는데!

 

나중에는 목줄차고 공원에 산책하더라고?”

 

제가 언제 그 다음 내용을 알려달라 했어요? 그보다 그런 책은 대체 루나에게 왜 받은 거에요?”

 

그래도 이거 아르칸 제국에서는 꽤나 인기가 높다고? 루나가 이걸 아르칸 제국에 있는 동인클럽에 보내자마자 바로 판매 1위가 되었으니까. 루나의 싸인도 들어가 있고.”

 

나는 잘 모르겠으나 만일 아르칸 제국에 갈 때는, 꼭 남자로 돌아오고 나서 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가급적이나마 그 책은 내 눈앞에서 보이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준 뒤에, 천천히 카운터가 있는 1층의 공간을 향해 걸어갔다.

 

거기에는 바리스 씨가 언제 돌아왔는지 모르는, 매리와 마리 자매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었고, 레시아는 카운터 위에서 엎드려서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걸어가서 바리스 씨가 받아야 할 돈에 대해 계산을 마친 뒤에,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 200골드에요. 본래 50골드만 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미니선풍기가 많이 나가서 150골드정도 보너스죠.”

이것만 말하고 이제 나는 레시아에게 가려던 찰나, 바리스 씨는 갑자기 나에게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제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죠? 단순히 감시라고 보기에는 다른 사람들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건 어째서 인가요?”

 

바리스 씨에게 호문쿨루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알려줘야 할까? 나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레시아 쪽을 잠시 쳐다봤다. 레시아는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눈을 잠깐 뜨며 고개를 올렸다.

 

뭔가 주인? 마치 궁금한 것이 잔뜩 쌓인 모양이다만?”

 

바리스 씨와 레시아 사이에서 나는 입을 열었다.

 

레시아. 마음을 세척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암시나 최면에 걸린 사람 말고, 호문쿨루스도 가능한가요?”

 

레시아는 잠깐 생각을 하면서 나를 멍하니 보다가, 잠깐 한숨을 내쉬더니 그렇군.”이란 말을 시작으로 내용을 이어갔다.

 

확실히 주인의 말대로 호문쿨루스 또한 제작자가 멋대로, 마음을 세척할 수 있다. 애초에 마음을 세척한다는 의미는, 사심이라던지 욕심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숨기기 위한 것을 말하는데, 최상급의 호문쿨루스는 본연의 의지로 마음을 세척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바리스 씨의 표정에서는 굳이 왜 저걸 먼저 물어보는 걸까?”라는 표정이 먼저 앞서있었고, 레시아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왕국에서 봤던 그 수많은 사람들을, 그리고 남작들이 설마 호문쿨루스라고 의심하고 있는 것인가?”

 

바리스 씨는 잠깐 놀란 기색으로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

 

그자들은 인간이에요. 대체 그 안에서 어떤 것을 보았는지 몰라도, 그 사람들은 절대로 호문쿨루스가 아닙니다.”

 

애써 차분하려는 목소리를 감지하고 나는 입을 열었다.

 

호문쿨루스라고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애초에 마음을 세척한다는 것은 인간도 가능한 일이니까요. 사심과 욕심을 들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바리스 씨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몇몇은 마음이 세척된 사람들이 있었어요.”

 

마음이 세척당했다는 것을 어떻게 분간합니까? 애초에 아우리스 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성직자들의 마음은 깨끗하지 않은지요?”

 

바리스 씨는 종교에 관련된 사제들을 예시로 입을 열었으나, 레시아는 그것에 대해 극구 반대했다.

 

애초에 종교에 있는 사제들은 맹목적으로 신을 찾기 때문에, 마음이 더럽혀진 자들이 많이 있노라. 그 이외에도 종교를 빌미로 이익을 챙기려는 간악한 무리들도 있으며, 아우리스의 추종자들이라고, 모두 마음이 깨끗하지 않고 오히려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마음이 물들어 있다. 게다가 마음을 한번 세척하면, 아무것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정해진 명령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 짧은 지식으로 주인에게 이상한 말을 하지 말도록.”

 

바리스 씨는 레시아의 질타에 아무 말 없이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렇군. 주인의 호문쿨루스 가설이라면 그건 뭔가 문제가 있노라.”

 

마리아가 알려줬지만요.”

 

어쨌든 그것은 나중에 이야기 하도록 하고, 바리스 씨에게는 사과를 했다.

 

미안해요. 바리스 씨. 레시아는 상당히 직설적이거든요.”

 

아뇨. 저야말로...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제가, 같은 왕국 사람이라고 무의식적으로 감싸주려고 했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제 아르바이트 금액은 200골드로군요.”

 

매번 미니선풍기가 다 나가다 보니, 엄청난 수익금이 들어와서 말이죠. 바리스 씨 덕분이에요.”

 

그렇게 잠깐 식어가는 분위기를 되돌리고 나서, 바리스 씨에게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그 하녀분과 야반도주 하시는 건 아니겠죠? 200골드라면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서 집을 짓고 먹고 살아도 될 정도로 많은 돈인데요?”

 

그러자 바리스 씨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하기를...

 

그럴 일은 없습니다만, 아버지께 들키는 순간에는 야반도주를 할 지도 모르죠. 그때는 잡화점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

 

새벽 1 7분을 막 지나고 있을 무렵. 8월의 폭염은 얼마나 심할까? 하고 생각하는 도중에, 윈디는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내가 카운터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지루해 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적고 있었다.

 

아아...얼마나 따분한 일인가. 매번 저주받은 잡화점에서 구속당해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는 가련한 소녀...끼아아아앗!”

 

아이언 클로를 서슴없이 시전을 한 뒤에, 윈디를 내 얼굴 바로 앞까지 가져온 뒤에 입을 열었다.

 

대체 무엇을 쓰길래 잡화점에 구속당한 소녀라는 모토로, 중심 이야기를 쓰고 있는 걸까나? ?”

 

...폭력반대! 꺄아아아!”

 

손을 놓자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윈디는 얼굴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

 

소녀의 얼굴을 으스러뜨리지 말아주시겠어요?”

 

애초에 옆에서 이상한 글을 소리를 내며 쓰지 않아도 됐잖아?”

 

그러면 소리 안내면 써도 된다는 의미?”

 

-꽈아아악!

 

우으으으! 알았어요! 안 쓰면 되잖아요!”

 

다시 놔주자 마자 이번엔 주저앉다 못해, 그냥 얼굴을 잡고 쓰러졌다. 윈디는 그런 와중에서도 입은 계속해서 움직였는데.

 

그나저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시고 계시나요? 아까 호문쿨루스 때문인가요?”

 

호문쿨루스에게 관련된 나쁜 일들은 전혀 없었고, 마리아가 말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것에 대한 존재는 모르고 지냈을 꺼야. 하지만 마리아의 표정이 좀 불안하다고 할까? 자신의 단체 안에서 호문쿨루스라도 발견 된다면, 그때는 전대륙 범위로 호문쿨루스가 우리 인간과 알게 모르게 동조되어 살고 있다는 뜻이니까.”

 

윈디는 레시아가 있는 반대쪽에 카운터에 앉아서 나에게 말 했다.

 

하지만 호문쿨루스는 죽으면 바로 흙으로 산화되어 사라지잖아요?”

 

그건 알고 있지만...

 

만일 호문쿨루스를 제작하는 실력이 더 좋아져서, 일반 사람하고 분간이 전혀 안될 정도로 똑같다면? 설마 그런 결함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리가 없잖아?”

 

윈디는 오호라.”라는 추임새와 함께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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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과 떡밥은 점점 커지는데...

문제는 언제 다 회수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