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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70

FNL-Phantasm 2016. 8. 6. 06:09

170

 

 

 

여긴 어디이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단어는 누구나 다 한번씩 경험해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나는 몇 번째나 겪고 있는 것일까? 눈떠보면 다른 천장이 나를 반기는 그 자체부터가 가장 공포스러웠다. 게다가...

 

!”

 

몸이 짧은 비명을 지르고 일어나길 거부하자, 결과적으로 영문도 알 수 없고 대체 어디인지도 모르는 침대에 누워서, 온 몸이 고통이라는 글자가 쓰여진 듯 떨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아파오기 시작했다. 안에서 뭔가가 찢어지는 듯한 격통은 나를 한차례 더 슬프게 했다.

 

아니 솔직히 생각해봐라.

더운 날에 땀을 흘린 것도 불쾌해서 그냥 적절한 장소에서, 귀환마법이나 사용을 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하필이면 쇼콜라 씨와 그 메이드 자매에게 걸려버린 터라, 윈디는 나를 버리고 도망을 갔고, 제발 오늘은 순탄한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한번만 못 본 척이라도 해달라고 부탁해도, 차갑게 거절당하면서 알 수 없는 합동기에 맞아 기절해버렸다.

 

천변낙화라...

하늘이 변하고 꽃은 떨어진다. 라는 뜻인가?

아니면, 하늘이 변하자 꽃이 떨어졌다. 라는 뜻인가?

지금 그걸 머릿속에서 해석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건 쓸 때 없고 그냥 무진장 아픈 기술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걸 맞고 사지가 멀쩡하다고 해서, 흥미로운 실험체를 바라보는 눈을 한 쇼콜라 씨의 마지막 그 모습도 잊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여긴 어디지?

 

어라? 일어나셨네요? 카일 씨가 침대에서 자고 있는 동안, 제가 푸딩을 다 먹어 치웠습니다만, 그걸로 화를 내는 것은 아니겠지요?”

 

윈디는 밝은 회색의 포니테일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 이외에는 윈디의 온 몸이 번쩍번쩍 하다는 것인가?

 

윈디. 날 구해주러 온 거야?”

 

아뇨! 저도 잡혔어요!”

 

그럼 밝은 표정으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이 녀석 아까 나를 버리고 도망을 갔겠다!”

 

으이이이이익! 아파요! 아프다고요! 얼굴이 말린 오징어가 되어버려요오오오!”

 

고통을 무릅쓰고 사용하는 아이언 클로에도 발버둥치고 있는 윈디.

그런 윈디에게 한 순간에 헛된 희망에 기대를 걸어본 내 잘못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더니, 아무래도 나의 욕심은 희망을 너무 잘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야 다를 것도 없는 상황에서 영문도 모르는 이런 방안은...아니 잠깐? 어디서 봤는데?

 

이제 일어나셨군요. 코알라보다 더 극심한 수면욕구를 가지고 있는 굼벵이 같은 사람. 대체 그 쪽은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 수 있는 겁니까?”

 

쇼콜라 씨의 냉철한 표정은 여김 없이 나를 보고 입을 열었다. 결과적으로 여기는 아르페 공주님의 방이라는 소리인데, 그럼 공주님은 대체 어디에 가신 거지?

 

지금 공주님은 회의에 들어가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쇼콜라 씨가 내 몸에서 명치의 부근에 손을 집었다. 그 이후에는 다시 내 아랫배를 집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다행이 내상을 입지 않은 모양입니다. 맨 몸으로 그걸 맞아서 살아남은 경우는 그리 많지는 않은데, 상당히 운이 좋군요.”

 

많이 걱정했다는 말 치고 눈은 왜 거기서 죽어버리지 않았냐?”라는 쇼콜라 씨의 눈이, 나의 시선과 맞닥뜨렸다. 이 사람은 나의 불행을 너무 좋아하는 것 아닐까? 나중에 정말로 내가 죽어서 장례식을 열면, 흥에 겨워서 노래 부르고 춤도 출 것이라 생각했다. 정말로 무서운 사람이네.

 

-꾸우욱!

 

아파아앗!”

 

느닷없이 허벅지를 꼬집는 쇼콜라 씨.

 

쓸 때 없는 생각으로 저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지 마시죠? 그리고 제가 그 눈을 한 이유는 당신이 왜 왕궁에 있었는지 몰라도, 그 쌍둥이의 합동공격은 영원의 투기장 결승전에서 상대를 무참히 반신 불구로 만들었던 기술이라고요?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아직까지 정체불명인 마왕의 분노로 중간계가 휩쓸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으신가요? 지금 당신 하나로 얼마나 많은 사건이 터질지 생각이나 하시죠?”

 

...이건 즉...

 

쇼콜라 씨도 저를 나름대로 걱정해준...”

 

-꽈아아악!

 

아파! 아프다고요! 허벅지가 뜯겨나가겠네!”

 

어쨌든 쇼콜라 씨의 진단으로 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우선 안심을 할 수 있다고는 하자. 그렇다면...

 

제가 기절한 사이에 누가 제 옷을 입혀 준거죠?”

 

지금 확인해보니 깨끗해 보이는 흰색의 잠옷용 원피스로 추정되는, 이 옷은 대체 어느 누구의 것인가? 그 전에 내가 기절하면서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자는 초인적인 행동력은 가질 수 없는 일.

 

목욕은 리제와 로제. 그리고 옷은 제가 입혀드렸습니다만?”

 

뭔가 한숨만 쉬어지는 이 구도는 무엇일까? 어쨌든 내 옷을 다시 가져다 달라고 쇼콜라 씨에게 부탁을 했다. 시계로 확인해보니 2시간정도 기절했던 나는, 지금 당장 여기서 누워있을 수는 없었으며, 아직까지 바리스 씨가 뭐에 쫓기는지 외부의 적이 누구인지, 그것까지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야! 역시 왕국의 푸딩은 다르네요!”

 

얼마나 먹는 거냐! 이 녀석아!”

 

그 이후로 다시 아이언 클로가 시전이 되고, 방안에는 윈디의 비명소리가 퍼져나갔다.

 

***

 

잡화점에 귀환마법으로 돌아온다는 엄청난 위험성은, 결과적으로 나는 공중으로 좌표가 잡혀서 추락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잡화점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어째서 나만 계속 공중좌표에 소환하냐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 귀환마법은 안전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땅으로 추락하고 있는 내 몸은 공중에서 자세를 바로 잡아 안착했다. 그 이후에 생각해내야 할 것들은...

 

레시아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마왕님은 카일의 제자들을 데리고 정신과 시간의 방으로 떠나셨다네.”

 

무슨 정신과 시간의 방이에요? 심연의 도서관이잖아요. 마리아는 그리고 아이스크림 많이 먹으면 배탈난다고 이야기 했을 텐데요?”

 

여전히 마리아는 어디서 사왔는지 모르는 골드키위빙수를 작은 스푼으로 떠서 한 입, 한입 음미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전에 있던 일을 마리아에게 말하면 무슨 대답이 나올까?

 

! 골드키위빙수다! 저도 좋아하는 건데!”

 

첩의 것을 뺏지 말거라! 내놓으란 말이다!”

 

윈디의 빠른 움직임은 손보다 더 빨랐다고 한다.

아니...나 뭐래니?

어쨌든 바람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하면서, 마리아의 추격을 요리조리 능숙하게 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정신이 없게 된 상황인 것을 인지하고, 이내 징발자원과 전력을 사용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마리아.”

 

뭔가! 카일이여! 지금 나는 저 악랄한 자가, 내 골드키위빙수를 뺏어가는 것을 눈을 뜨고 지켜봐야 하는 것인가!”

 

그것보다 좀 중요한 이야기에요.”

 

마리아는 내 얼굴의 표정을 보자마자, 차분한 분위기로 돌아왔다.

내가 마리아에게 물어볼 이야기는...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세척할 수 있나요?”

 

이것 하나.

마음속에 타락의 유무를 알 수 있는 레시아의 특이한 눈을, 내가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고민을 하는 도중, 초기에 레시아가 강제적으로 나에게 마나의 활로를 열었고, 그와 동시에 레시아와 나는 특별한 뭔가로 연결되었다고 말을 했었다. 그로 인해 레시아의 능력 일부를 내가 체험할 수 있었고, 오늘 땡볕에서도 레시아의 능력 중. 일부를 내가 빌려 사용할 수 있게 깨달음을 얻은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타락의 유무를 알 수 있는 것.

하지만 왕국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특정 몇몇은 정말 세척이라도 된 듯. 검은색의 일렁임이 보이지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세척하기는, 그건 전부 자기 암시 아니더냐?”

 

아뇨. 자기 암시나 최면 그런 것 전부 다 말고, 또 다른 방법이 있을까 해서 물어본 거에요.”

 

마리아는 ?”라며, 나를 뭔가 고집불통으로 보는 눈을 하다가도, 잠깐 고민을 하던 찰나, 뭔가 생각이 난 듯 마리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호문쿨루스다.”

 

마리아의 입에서 나타난 한 단어.

그게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잠깐만요. 호문쿨루스라면 그건 이미 금지된 연금술 중 하나잖아요?”

 

마리아는 나에게 입을 열었다.

 

호문쿨루스는 인공 생명이고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허나, 그것을 만든 제작자가 원격으로 마음을 지우거나 신체적인 특성을 재정립할 수 있다고 하니까. 게다가 호문쿨루스가 금지된 연금술이라고 한들, 금지된 것을 잘 지켜주기만 해도, 세상에 혼란이 40%정도는 없어졌을 것이다. 분명히 이는 특정 세력이 몰래 숨어서 호문쿨루스를 실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렇다면 지금 바리스 씨는...

아니지.

지금 프리트론 왕국에 있는 대부분은, 호문쿨루스의 위협에서 노출되어 있다는 소리가 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렇게 결정을 하자고 하기엔, 너무 성급하게 내리는 결론이었다. 그 사람들이 정말로 호문쿨루스라고 할 수도 없고, 애초에 자기 암시나 최면만으로 간단하게 세척을 할 수 있는 건, 사람도 가능한 일이니까.

 

호문쿨루스라고 전부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인간과 동화하면서, 인간들과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지. 게다가 인공 생명이라고는 하나, 그들도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해야 한다. 비록 죽으면 흙으로 변화하지만, 그들의 몸에서도 피는 흐르고 심장은 뛰니까 말이지.”

 

마리아는 정론을 이야기하고, 다시 냉동창고로 가려던 찰나에, 나는 다시 마리아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래도 지금 원격으로 제작자가 마음을 세척하거나, 기억을 바꾸거나, 신체적인 능력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프리트론에 있었던 대연회에서, 마음이 세척된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호문쿨루스가 없는 확률은 없겠지요?”

 

그렇지. 호문쿨루스가 없을 수도 있지만,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게 해서 퍼즐을 잠깐 조립 했을 때는...

 

마리아. 그 호문쿨루스 몇몇이 맹수 조련사나, 어릿광대의 소속에 있던 거라면 어떻게 생각하나요?”

 

마리아는 그 순간에 잠깐 멈춰 생각하더니, 흑진주와 같은 눈동자가 잠깐 흔들리기 시작했다.

 

설마? 이미 정보를 다 빼가고 있는 것인가! 호문쿨루스를 이용해서!”

 

검은 달의 여왕이라는 범죄 단체를 다스리는 마리아는, 저번에 유랑극단으로 잠입시켰던 단원들이 모조리 죽어왔다고 했는데, 혹시 마리아의 단체 안에서도 호문쿨루스가 있다는 가정하에, 정보가 노출되었다면 이런 즉각 대응이 나오지 않았을 거라, 마음 한편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했던 말을 중심으로 하나의 가설을 세워놓은 듯, 마리아는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카일이여. 잠깐 외출하러 다녀오겠다. 좀 늦을 수도 있으니 저녁은 첩의 것까지 남기지 않아도 된다.”

 

마리아는 자신의 오른손에 검은 성배를 소환한 뒤에, 양손으로 천천히 들어올리자 발 밑에 마법진이 나타나면서 모습이 사라졌다. 남은 잔불이 서서히 꺼져가고, 지금 새로운 과제가 생겨난 시점에서 이를 어떻게 해야 할 것 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최악의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않았으면 좋겠으나,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불길한 상황 5가지중에 하나가 걸리지 않기를 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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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영감은 운에 따라서가 아닌, 꾸준한 발상에 끝에서 나온다는 교수님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야기가 막힐 뻔한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