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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61

FNL-Phantasm 2016. 7. 26. 00:43

161

 

 

 

항상 귀환을 할 때는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고는 하는데, 지금은 새벽 3시정도 지났을 무렵. 머리에 혹을 달고 있는 나를, 우연히 마주보던 거울로 확인을 한 뒤에 한숨을 내쉬었을 때, 레시아는 나를 보면서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지금까지 주인이 귀환마법을 사용해서, 몸이 성한 꼴을 못 보았노라.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금은 시간상 7월의 4번째 주가 시작되는 휴일의 새벽. 그렇게 생각하자 시간은 빨리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시간 동안...아니 맨 처음에 귀환마법을 이용할 때부터, 내가 연습 삼아 귀환마법을 사용한 단 한 번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 공중에서 떨어지는 비극을 맛보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사소한 일보다는 지금 당장 유랑극단인지 뭔지 하는, 그 외도가 가득 찬 집단을 당장이라도 찾아서, 소각을 하던 정화를 하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버렸다. 아까 전에 맹수 조련사와 함께 날려버린 비극적이고 잔인할 정도로 참담한 살덩어리들을 보며, 내 머릿속에 스위치가 잠깐 켜진 듯이 행동을 했었으니까.

 

피곤하네요.”

 

정신도 육체도 모두 지쳐버렸다. 기껏해야 카운터 의자에 앉아서 의식을 바로잡는 게 전부인 상태가 되어버렸고, 물론 아까 사용했던 거대한 마나 폭발을 일으킨 것보단, 그 메이드 자매가 더 훨씬 더 힘들었으니까. 게다가 내 생전에 무도회에서 그 만큼의 사람들이 몰려온 것도 처음이었고, 그냥 모조리 전부 다 날 힘들게 했던 순간들이었다.

 

모든 생물은 죽음이 오기까지 꾸준히 지치고, 꾸준히 잠들어야 하는 것임으로, 나도 지금 당장 자고 싶은데 어째서 잡화점을 운영하기 위해, 정신은 말짱하게 깨어있어야 하는가? 방금 전에 병사들이 살았다며 나약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는 살짝 비웃었지만, 지금 내가 하는 것도 나약한 소리라고 생각했다.

 

삐삐루 삐루삐루 삐삐루삐!”

 

그건 부활 주문이지 레시아의 변신 주문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태클을 걸어도 레시아는 결과적으로 본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보다 그거 어찌 되었든 상관없지 않던가?

 

그 전에 집고 넘어갈게 하나 있는데, 제가 레시아를 찾기 위해서 텔레파시를 보내려고 하니까, 어째서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는 소리를 들어야 하나요?”

 

그건 짐이 텔레파시를 받지 못하는 환경이나, 받고 싶지 않을 때 자동으로 나오는 현상이다. 애석하게도 그때는 전자였노라...”

 

색체가 여전히 신비롭고도 우아한, 보라 빛의 머리카락을 쓸어 내리면서 대화하고 있는 레시아는 다시금 입을 열었을 때는 놀라운 말을 했는데...

 

주인이 회의실에서 공간이동마법으로 프리트론의 왕을 지키고 있는 사이에, 짐은 아르페 공주를 도와주는 중. 어릿광대를 만나서 한판 싸우고 왔노라. 물론 짐에 비해서 별거 아니었지만...”

 

말 끝을 흐렸다는 것은 뭔가 있다는 뜻인가?

 

그 어릿광대 녀석 자체가 월식이 되어버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월식의 능력을 흡수해버렸다는 것이지. 어차피 그 시간은 밤이었기 때문에 시간의 변화는 없었으나, 병사들이 어릿광대에게 닿자마자 부분이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주인의 꿈속에서 보았던 그대로였다.

 

제 꿈속에서 봤던 내용 그대로라니...”

 

이렇게 되면 어릿광대가 월식을 이어받은 것인가? 아무래도 남은 절반은 되찾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고, 서서히 자신의 몸이 죽어가는 것을 고민한 월식의 최후의 수단으로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잠깐? 제 꿈에서 보았던 그대로라니요?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

 

레시아가 급격히 내 눈을 피하기 시작한 시점으로 뭔가가 수상했는데...언제 내 꿈을 들춰서 본거지? 설마...전에 릴리스가 다짜고짜 인큐버스를 나에게 맡아달라고 했을 때인가? 어쩐지 그때는 악몽을 자주 꾼다고 했었는데.

 

...뭐냐. ...짐은 분명 말렸노라. 하지만 마리아와 루시피나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주인에 대해 더 잘아야 하는 사역마의 입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인큐버스에게 부탁해 주인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가에 대해 꿈을 꾸도록 조작을...”

 

-덥썩! 꽈아아악!

 

냐아아! 아프다! 마나로 짓누르니 뼛속까지 시리지 않는가!”

 

무슨 냐아아!’에요? 지금 본 모습으로 돌아왔으면서, 그리고 남의 과거사를 파헤치는 것에 결국 동조했네요. 뭐가 어쩔 수 없이 부탁한 거에요? 결국 흥미진진했으면서!”

 

보아라 용사들이여, 한 낱 잡화점 주인이 마왕에게 아이언 클로를 하고 있는 이 영광스러운 모습을.

 

그렇지만! 사역마와 주인의 관계는 전혀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들었노라!”

 

고양이의 모습과는 다르게 자력으로 아이언 클로를 풀은 레시아는, 눈물이 살짝 고인 붉은 빛의 눈으로 나에게 억울하다는 듯이 그리 해명했다. 마왕이 이리 귀여워도 되려나? 아무튼 저 위에 말에 태클을 하자면...

 

둘 사이에 비밀이 없어야 하는 건 맞지만, 일방적으로 남의 흑역사를 파헤치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레시아에 대한 과거는 분명히 가위바위보로 마계를 갈아 엎어버린 것 이외에는, 다크메터를 제조해서 죄인들에게 먹이거나, 뜨개질을 할 줄 안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몰라요?”

 

레시아 말고 다른 사람들도 수수께끼 투성이지만...

 

그렇군. 확실히 짐의 리즈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기억은 없지만, 그리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니 기회가 된다면 침대 위에서 느긋하게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어째서 침대 위?”

 

최근에 침대에서 대화를 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지 않았나? 나중에 천칭들의 회의에서도 침대에서 대화를 주고 받고, 남은 시간 동안 파자마 파티를 하거나 베개싸움을 하는 경이로운 모습도 지켜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주인의 컨디션을 볼 때는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까 무섭군. 그러니 짐이 특별히 주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겠다!”

 

뭔가 대단한 업적을 이루는 듯이 큰 소리로 입을 열었는데...

 

“...그나저나 머리는 어떻게 쓰다듬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는가?”

 

근본적인 문제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게 대체 뭐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은 했다만, 애초에 마왕이 다른 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는 이미지가 아닌 이상, 나의 기억 속에서는 유일하게 남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마왕으로 등극되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내가 상당히 피곤해 보인다는 이유로...

 

머리를 쓰다듬는데 무슨 방법이 있나요? 그냥 손으로 쓰다듬는 건데...”

 

-스윽...스윽...

 

...이렇게 인가?”

 

내 머리 위에 레시아의 손이 움직이자 부드러운 감촉이 지나갔다. 정말 이 마왕 살아 생전에 다른 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본 적이 없는 건가? 그건 그렇고 이렇게 쓰다듬는 것은 분명히...

 

제가 레시아를 쓰다듬을 때 이렇게 하지 않았던가요?”

 

그렇다. 이렇게 해보니 이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지 않는가? 주인은 편안해지고 있는 건가?”

 

위안이 되네요.”

 

여전히 나보다는 어림잡아도 키가 큰 레시아가 내 뒤에서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니, 다른 이들이 보면 사이가 좋은 자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야 내 앞에 있는 거울을 보며 그리 생각하고 있지만, 일반인이 봤을 때는...레시아 때문에 제대로 볼 수나 있을까?

 

심하면 침을 흘리니까.

 

주인의 표정이 많이 편안해지는 것이 두 눈으로도 보일 정도로군. 짐도 가끔씩 주인에게 쓰다듬어질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거야 말로 마법 같은 일이 아닌가?”

 

뭔가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는 레시아는 거울을 통해,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입을 열었다.

 

최근에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따지고 보면 이렇게 만든 것이 레시아인데요?”

 

그 정신 나간 발차기만 맞지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어쨌든 이 모습으로 지내야 하는 날이 그나마 줄어들고 있는 사실이, 내가 목에 매달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유일한 원동력 중 하나다.

 

주인은 남자였던, 여자였던 항상 무리하고 있다. 주인은 지금까지 잡화점의 주인이 된 이후로 얼마나 많은 사건을 해결한 지 알고 있는가? 용사도 아닌데도 오히려 용사보다 더 심할 정도로 활동을 하고 있노라.”

 

그렇다고 레시아의 저 말에는 걱정이 담긴 것도 아니고, 그저 나의 답변을 듣고 싶어하는 질문뿐이었다.

 

그래도 극한의 상황을 겪지 않으면 사람의 성장은 없다고 봐요. 레시아도 초기에는 절 억지로 무리시켜가며, 마나에 대한 것을 강제적으로 눈뜨게 만들었잖아요? 애초에 용병활동을 하고 있던 시절에, 적어도 무리하지 않으면 밑에 깔리는 신세가 되다가, 처참하게 죽어나갈 뿐이기도 해요. 지금은 체력이 너무 좋지 않아서 문제이지만...”

 

레시아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뭔가 수긍하는 듯했다. 그리고 다시 나온 레시아의 말은...

 

사람들은 자신이 구해졌을 때는 인상이 남고, 기억에 각인되며, 행동에 동경한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오늘 주인의 모습으로 구해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내 머리에서 톱니바퀴들이 조화롭게 돌아가고 있었고, 순순히 고찰을 진행하던 나는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내가 실수하는 것 중에서 가장 자주하고, 흔하게 하는 그 실수를...

 

제길! 숨어서 지내겠다는 나의 목표와는 정 반대로 행동하고 있었잖아!”

 

머리로는 한 번씩이라도 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몸과 마음대로 움직이는 이 무서운 습관으로 인해, 전에 새웠던 목표를 망각한 체 이리저리 날뛰었던 것.

 

...오늘 아침에 받을 신문이 두려웠다.

 

***

 

아침을 맞이하는 잡화점의 문을 굳게 잠가놓고 모든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그야 당연히 파이론에서는 악평이 자자한 것도 있지만, 프리트론이나 칸포리우스 제국. 그 외에 다른 여러 장소에서 대연회에서 본 미녀가 파이론에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용사들의 연회가 열리는 시나론보다 더 인파가 몰린 현상이 되어버렸으니까.

 

아이니스가 아침에 나를 보며 넌 이제 죽었다. 킥킥.”이라는 메시지를 눈빛으로 보내며, 1면 기사를 보여줬을 때는 나는 비록 글로 이 내용을 적고 있으나, 비명은 질러야 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루시피나를 내 무릎 위에서 재우면서, 앞으로의 일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걱정하는 머릿속이 난잡하게 되어버릴 때쯤. 마리아는 천천히 내 곁에 다가와서 앉았다.

 

성룡이라면 분명 다 컸을 텐데. 루시피나는 아직도 어린아이 같이 카일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군. 물론 루시피나가 2분만 더 늦었어도 그 부드러워 보이는 허벅지는 첩의 자리가 되었겠지만!”

 

마리아는 검은 머리를 양쪽으로 트윈테일을 한 상태에서, 사탕을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여전히 연한 초콜릿 피부가 돋보이게 하는 하얀 옷을 입으면서도, 어린애와 같은 모습과는 다르게, 행동은 분명히 오래 살아있는 사람과 같았다.

 

아마도...

 

마왕님께 보고 해야 할 내용이지만, 카일에게 먼저 일러두는 편이 더 빠를 것이라 생각해서, 먼저 알려주도록 하겠네. 당연히 첩에게 지시한 정보수집에 대한 결과일세.”

 

벌써 심어놓은 스파이 쪽에서 연락이 왔나요?”

 

그러자 마리아의 얼굴은 한 층 더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스파이 쪽에서 연락은 두절되어버리고, 이틀 뒤에 죽음으로 소식을 전했다네. 미안하군 카일이여. 보기 좋게 실패했어.”

 

그거 유감이군요.”

 

그 스파이들도 검은 달의 여왕에서는 분명 엘리트였을 터인데, 그리 쉽게 간파 당해서 죽어서 왔다고 하니, 마리아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크나큰 충격이겠지.

 

하지만 첩의 실수를 카일이 그나마 완화시켜주니 얼마나 다행인가! 따라서 첩이 포상을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네!”

 

다시 180도로 변한 밝은 마리아의 표정은 의기양양하게

 

츄우!”

 

“...?!”

 

아니 잠깐!

길어! 길다고! 뭐가 들어온 거야! 뱀이라도 들어온 거냐!

뭔가 뇌와 온몸이 전기충격이라도 당한듯한 느낌의 원인은, 내 혀를 부드럽고 따듯한 뭔가가 휘젓고 다니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위대하고 웅장한 냉정함으로, 정신적인 충격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는 벌써, 내 손이 마리아의 어깨를 붙잡고 밀어냈다.

 

그렇다고!”

 

! 루시피나가 깨지 않는가?”

 

마리아가 검지를 입에 가져가서 주의를 주자, 루시피나를 살짝 보고 난 뒤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잠깐 목소리를 낮춘 뒤에 마리아에게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누가 키스를 해달래요? 그보다 누가 입안에 집어넣으라고 했어요!”

 

사람들끼리는 고맙거나, 감사하거나, 사랑할 때 키스를 하지 않는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말이지. 게다가 첩의 키스는 세월을 오래 살아온 만큼 이런저런 테크닉을 알고 있으니까. 게다가 마왕님과 그 올빼미에게 선수를 빼앗긴 만큼 찌이인!하고 끈적끈적한 키스를...”

 

-꽈아아악!

 

으이이익! 아픈데 소리를 지를 수 없다니이이! 하지만 기분 좋았으니 이득인가아앗!”

 

오랜 세월을 살아가면서 몹쓸 것만 배워오고! 나에게 써먹지 말란 말이야!”

 

따지고 보면 내가 여자로 변하고 나서 첫 키스 아닌가?

...여자끼리니까 카운트는 하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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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신이 없는 관계로 지루한 이야기...

다음 이야기는 뭘 써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