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59
159
연회가 끝나가는 시간을 확인 했을 때는 오전 0시. 바로 다음날의 신데렐라는 유리구두만 남긴 체 사라질 시간이다. 만일 내가 그런 한정적인 여성화를 겪고 있었다면, 신데렐라와는 다르게 매번 오전0시를 기대하고 있겠지. 그나저나 그런 이중적인 삶 또한 매우 힘든 인생이 되겠구나...잡화점에 돌아가서 이제 루시피나가 고생하고 있을 테니 교대를 해야 하는 시점에서 나를 멈춰 세운 것은 다름이 아닌...
“카린이라고 했던가? 이 근방에서는 못 보던 얼굴이로군...이라고나 할까. 잡화점의 주인 아닌가?”
크로이츠 씨였다.
“본래 제 이름은 카일입니다만,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이런 모습으로...”
하멀 씨와 같이 뭔가 눈으로 보면 상대방을 꿰뚫는 기술이라도 있을까? 어쨌든 날 맨 처음으로 보았던 눈은 “너는 여자가 아니지 않았냐?”라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눈이었고 그걸 알아봐주니 나는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맞았군. 하멀과 루니아가 항상 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하고는 했지.”
크로이츠 씨는 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온화한 분위기로, 나에게 악수를 신청했다. 악수를 하는 의미는 친밀감과 앞으로의 관계를 잘 지속해나가자는 의미 등. 긍정적으로 잘 쓰이는 인사법 중 하나다.
그런데 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라...과연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백장미 잘 읽고 있네.”
루니아 누나!!!
크로이츠 씨에게 뭘 가져다 드린 거에요!!!
뭐 하기야...여신들에게도 인기가 많더라...
“그거 들어본 말 중에서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여전히 잘 모를 정도의 칭찬이군요.”
크로이츠 씨는 나의 얼굴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루니아는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괴롭히는 것으로 선제공격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 카일 군에게 집중된 것을 보면 내가 안심이라네.”
“제가 모르는 루니아 씨는 여러 사람에게 여장을 시킨다거나 그랬나요?”
“그건 아니지만, 완전히 피도 눈물도 없을 정도라고 해야 하나? 남녀 구분하지 않고 귀여운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섭외하러 나간다고 가출했으니까 말이지.”
릴리 기사단이 만들어진 배경이, 지금 내가 듣고 있는 끔찍한 소리인가?
“처음에는 귀엽다고 데려온 아이들은 전부 여자 아이였고, 그 와중에서도 루니아가 보는 눈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몰라도, 대단한 재능들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었네.”
“...그게 릴리 기사단이 만들어진 시초인가요?”
“아니. 그냥 루니아의 방탕함을 설명해주고 있는 건데?”
그걸 왜 나에게 설명하는 거야?
“저기...제가 루니아 누나의 방탕함을 어째서 알아야 하는 건가요?”
“음? 곧 부부가 될 텐데, 알아야 할 것은 전부 알아야 하지 않겠나?”
네? 잠깐? 뭐라고요?
“저기 크로이츠 씨? 제가 아무래도 처음 있는 연회에 어울리지 않는 이런 몸을 가지고, 총 300명의 인파들에게 시달렸기에, 상당히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제 귀가 멀쩡한 기능을 한다는 가정하에, 지금 부부라는 단어가 들린 것 같은데 제가 잘못들은 겁니까?”
“제대로 잘 들었네만?”
...
설마 루니아 누나의 기사단장 은퇴떡밥이 여기서 회수되는 것은 아니겠지.
“괜찮다네. 루니아는 요리실력이 끔찍할 정도로 없지만, 그래도 제대로 정리하면서...”
“아니...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루니아 누나가 어째서 저와 부부가 된다는 전제인가요? 무슨 방정식에 써내려도 될 정도로 당연한 소리라고 생각하시는 거 아니에요? 피타고라스 씨가 상당히 불쾌할 것 같습니다만?”
카일 제곱 + 루니아 제곱 = 부부 제곱이 아니란 소리다.
크로이츠 씨는 나의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다음의 말을 했는데.
“그래도 예전 수호 명령서를 빌미로 루니아를 붙였건만, 기정사실을 만들지 못하게 된 것에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네.”
“기정사실이라니요...수호 명령서를 빌미로 저를 여러 가지 의미로 노렸다는 소리가 되잖아요?”
그날 정말 큰일 났던 것은 알 수도 없는 약에 쓰러지고, 사신에게 맞아서 현실로 돌아오니, 루니아 씨의 음식을 먹고 다시 쓰러지는 무간지옥이었다.
“어쨌든 루니아를 앞으로 잘 부탁하네. 그리고 하멀이 자주 부려먹고 있는 것 같아서, 대신 하멀의 아비인 내가 사과하도록 하지.”
그래도 아들을 위해서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멋진 아버지가 있는 집안이라...
내 부모는 내가 잡화점을 이어받자마자 날 순식간에 버렸거늘.
어쨌든 크로이츠 씨와의 짧은 만남을 한 뒤에...다시 의상실에 돌아와서 본래 옷을 입으려고 하던 찰나.
“어서 와? 의상실은 처음이지?”
“어서 의상실로 들어오도록 해?”
그 공포의 메이드 자매가 내가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세상에...그보다 위장이 역류할만한 의문사는 그만 쓰는 것이 좋을 텐데?”
왜 이 아이들은 말 끝마다 의문사일까?
“하지만 그건 불가능 해? 이미 이렇게 쓰여져 있는 걸?”
“글쓴이가 캐릭터를 강하게 부여해야 한다고, 억지로 이렇게 쓰고 있는 걸?”
글쓴이! 애들이 불쌍하지도 않냐!
“하지만 리제는 괜찮아?”
“그래도 로제는 괜찮아?”
“너희들은 억지로 쓰고 있다면서! 매우 자연스럽게 의문사가 나오잖아!”
내가 상대하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힘든 녀석들인가...이걸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난이도가 4개 정도 있는데. 쉬움, 보통, 어려움, 코리안 이라는 난이도 중에 코리안이 수준의 난이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냥 한마디로 말하자면 정말 어렵다는 것.
그나저나...
“나는 빨리 옷을 갈아입고 돌아가고 싶거든? 이제 슬슬 비켜주면 안될까?”
“그건 불가능해 언니? 목욕을 하고 가야지?”
“마사지도 받고 가야지 언니?”
제길 전투인가...
어쩔 수 없이 내 앞에 있는 메이드 자매를 격퇴하고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아까 전에는 쇼콜라 씨가 수작을 부려서 육체가 순식간에 강화했기에, 내가 쉽게 제압 당한 것이지만, 쇼콜라 씨가 없는 이틈에 빠르게 기절을 시키고, 옷을 되찾은 뒤에 귀환마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하자.
그나저나 레시아는 어디에 있을까?
아까 전에도 텔레파시가 안 돼서 음성사서함으로 남겨놨는데.
“그럼 억지로 돌파해주도록 하지. 아까 호락호락하게 당한 나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경기도 오산?”
“오산대?”
“그런 개그 하지 말라고!...아니! 특정 지방은 왜 거론하는 거야!”
*글쓴이는 아재 개그를 위해서만 사용했지, 그 이외에 다른 목적은 없다는 것을 알립니다.*
“목욕 전에 우리들과 춤을?”
“언니? 그건 위험해?”
“문답무용!”
빠르게 마나를 온 몸에 회전을 시키며, 그 자매 앞으로 돌격을 했다.
***
뭔가 눈을 다시 떠보니까 얼굴이 너무 똑같은 쌍둥이 자매. 리제와 로제가 내 상태를 보는 듯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얼마나 지난 걸까?
“굉장해? 우리 상대로 30분을 버텼어?”
“우리들을 상대로 15초도 못 버티는 사람은 많아?”
여전히 누가 들으면 올라올듯한 의문사는 둘째치고, 저 자매 둘에게도 단 한방의 유효타를 날리지도 못하고, 30분동안 생선의 뼈와 살이 분리되듯이 발려버렸다는 소리잖아? 내가 마계촌에서 나오는 주인공도 아니고, 한방 맞고 갑옷이 날아가고, 두 번 맞고 가죽이 날라가는 그런 개복치가 아닐 터였다. 하지만 30분동안 내가 직접 맞은 유효타격은 두 번. 말 그대로 목숨 하나를 잃어버린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니는 우리들에게 본 실력을 발휘하게 할 정도로 강해?”
“졌다고 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러운 거야?”
영원의 투기장은 어떤 괴물들이 출현하는 장소일까?
저 자매는 영원의 투기장 우승자라고 했던가?
매리와 마리가 순식간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언니? 땀이 많이나?”
“언니? 이제 목욕하러 가자?”
...
아 제길...
반항이라도 할 힘이 있었다면, 드릴 하나를 가지고 땅을 파서 숨어 들어갈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몸에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서 질질 끌려갔다.
패배자에게는 어떤 자비도 없다고 했던가?
혹은 패배자에게는 수치뿐이다 라는 말이 있던가?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도록 하자.
여담으로 마수들의 손에서 벗어난 그 자체가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신랑! 어서 와! 그나저나 얼굴이 왜 그래? 마치 쌍둥이 메이드 자매에게 이런 일이나 저런 일을 당하고 온 사람처럼?”
루시피나는 여전히 무서울 정도로 감이 잘 들어 맞았다.
“가 아니라. 대체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말을 할 수 있는 거에요? 무슨 추적기라도 달아놨어요?”
“아니. 마왕님께서 수정구로 전부 녹화해주셨거든.”
레시아!!!
...오늘따라 마음속으로 외치는 사람이 많은 건 내 착각일까?
“그럼 루노아 씨가 했던 이야기도 전부 다 봤겠군요...”
루시피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브티를 내 앞에서 따라줬다. 진정효과가 있는 허브티를 내가 괜히 많이 마시는 게 아니다. 무슨 일을 겪고 혹은 소리만 들어도 나는 놀랄 준비가 항상 되어있으니까.
예전에는 허브티를 하루에 5잔 정도 마셨다면, 지금은 하루에 14잔 이상을 마시게 되었다. 어쨌든 지금 루시피나에게도 루노아 씨가 말해준 정보로, 전 대륙규모로 뭔가 혁명이 일어난다는 그런 소식을 받았으니,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랑이 알아보라는 그 어릿광대가 속한 단체 말이야?”
“아. 그 유랑극단인지 뭔지 하는 그곳이군요.”
“아무래도 이번 혁명과 같은 반란과 관계가 가장 깊어 보여.”
정말인가?
그렇다면 지금 일리오스 씨 휘하에 있던 남작들이 많아진 이유는, 별 의미가 없거나 유랑극단에 가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인데?
남자일 때는 전혀 모르는 감각이, 지금 머릿속에서 빨리 일리오스 씨에게 가야 한다고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체 일리오스 씨는 어디에 있을까? 애초에 연회는 다 끝난 것 아닐까?
...아니 이번 연회는 확실히 귀족들을 먼저 수색한다는 입장으로, 벌어진 대연회이니 마무리로 회의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레시아가 했던 말 중에서도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세척’이 되어버렸다는 것은, 이 곳에 오기 전에도 뭔가 따른 수를 써서 연회에 참석했다는 소리겠지.
가장 간편한 것은 최면이고 그 중에서도 극도로 자기 암시를 하게 되면, 그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루시피나. 지금 당장 저를 왕국 회의실에 있는 곳으로 공간이동마법을 사용해주세요.”
“그럼 오늘 낮잠은 나랑 같이 잘 꺼야?”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그런 말 하지마.
이쪽은 지금 비상사태란 말이야.
“그냥 잔다는 전제 하에 말이죠.”
“알았어! 그럼 빨리 날려보내줄게!”
안 그래도 피곤할 터인데, 루시피나는 어쩔 수 없이 연장근무가 되어버렸고, 눈 앞에 시야는 다시 왕국 회의실로 추정되는 천장 위에서, 급격하게 올라간 내 시야에서는 전에 본듯한 자와 이상한 옷을 입고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병사들과 대처하기 시작했다.
“맹수 조련사?”
이미 샤벨 타이거로 추정되는 그림자를 지휘하고 있는 또 다른 갈색의 가면.
그리고 일리오스 씨와 크로이츠 씨...최근 정력제를 구매하고 있는 왕은 아직 무사한 듯 보였다.
“마나 캐논!”
거대한 폭발음이 병사와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의 외침에 전부 위를 올려다 보다가, 얼굴이 경악으로 바뀌면서 섣불리 그 자리에서 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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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라 그런지 PC방에 초등학생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