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52
152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항마의 축복을 걸어준 엘티노스에게 항의하고 싶었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이게 무슨 축복이냐? 저주를 그냥 오크통에 넣고 부어버린 셈이지. 항시 재미있는 일의 중심점으로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엘티노스의 성격을 내가 그때 진작에 알아 차렸다면, 이런 바보 같은 일이 나타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나의 본래의 모습은 다른 곳에서 누적된 데미지를 알게 모르게 서서히 줄여가고 있으며, 그 데미지가 전부 사라질 때까지는 레시아의 말로는 2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2개월이면 대략 60일
대략 60일이면, 1440시간
1440시간이면 86400분 정도로 계산이 된다.
초로 나누면 앞길이 깜깜해서 칠흑 속에 있는 별들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아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쿨...”
“후으...음...”
지금 상황은 짜증이 안 날 정도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침대 하나에 3인이 자고 있는 셈이다. 레시아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저 아래에서 자고 있으니 4인이라고 해야 할까? 루나와 시나를 제외한 인원이 늘어져라 자고 있는 상황. 루시피나와 마리아 사이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없어서 다행이다만, 자고 일어나면 언제나 옷이 흐트러져서 다시 정리를 해야 한다.
남자일 때는 옷이 흐트러져도 그리 신경 쓰지는 않았는데, 최근에는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이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수치가 상당히 많이 올랐다. 그나저나...이제 슬슬 일어나야 하는데, 여전히 마리아와 루시피나가 내 몸을 다리와 팔로 구속한 체 놔주질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윙가르디움 레비오사를 외울 수도 없는 일이고, 마법을 사용하면 당연히 두 명을 깨우는 셈이 되는 것이지.
그냥 천천히 팔과 다리를 거두고 일어나ㅇ...
아니? 무슨 돌덩이인가? 왜 안 움직여!
“후헤헷. 붕어빵이 많아서 행복해...”
마리아의 잠꼬대를 한 귀로 흘려 들은 뒤에, 이제 깨우던 말던 매너 따위 버리고 공간침식을 사용했다. 좌표마법으로 내가 있는 위치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면 되니까. 그야 말로 간편하고, 슬기로우며, 지혜로운 방법이다.
-덥썩!
“힛?!”
좌표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공간침식을 하는 와중에, 마리아가 내 귀를 물고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계산에도 없던 뜬금없는 깜짝 공격한방으로 캐스팅이 중단 되면서, 고개를 살짝 꺾어 내 귀를 마리아의 입으로부터 구출했다.
내가 얼마나 놀랐으면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비명을 삼킬 정도였으니까. 다시금 공간침식을 이용해서 좌표마법으로 잡화점에 있는 카운터쪽으로 설정을 했다.
“위치변경.”
한마디를 하자마자 내 시야는 잡화점 내부에 있는 목욕탕에...아니 잠깐만?
-첨벙!
“이 망할 잡화점이 대체 무슨 짓이야!”
분명 좌표마법에는 이상이 없었다. 그야 당연히 좌표마법을 최근 들어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그 감각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잡화점의 미스터리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나의 모습은, 물에 빠진 생쥐의 모습처럼...애초에 생쥐가 물에 빠진 것이 뭐가 대수라고 생쥐로 비유를 했을까?
제리는 수영 잘하던데.
“목욕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아무도 없는 내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며, 걱정의 산을 쌓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내가 남자에서 여자로 되었다고 한들, 어차피 자신의 몸이기 때문에 부끄럽다는 것이라던가 그런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다른 이들의 난입이 된다면, 한바탕 스트레스의 수치가 올라가겠지. 이럴 바에는 그냥 다키스트 던전에 들어가서 엘더 리치 4명에게 스트레스 공격만 받아도, 이 상황보다는 좀 더 나으리라.
다키스트 던전은 실제로 있는 던전이 아니라, 그냥 다른 세계의 게임이니 질문하지 말도록.
“어라? 주인님? 씻고 계신가요?”
어째서 내가 진지하고 은은한 독백을 하고 있으면, 항상 그게 현실이 되어 나를 괴롭히는 것일까? 분명 신은 나를 보며 저주를 걸고 있는 게 틀림없어.
“저도 들어갈게요~”
거대한 타올을 두른 루나가 목욕탕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라? 주인님? 옷을 왜 입고 목욕탕에 들어가신 거에요?”
“좌표마법을 분명 다른 곳에 했는데, 잡화점이 “아침에 일어났으면 세수를 하고 이를 닦아야지!”라며 날 이곳을 보냈어.”
“잡화점 이제 말도 할 줄 알아요?”
“아니...그 말에 낚이라고 말한 게 아니거든?”
이러나 저러나 씻어야 하는 것은 같기에, 루나가 다른 타올을 가져와서 몸에 두른 뒤에, 온탕이라고 붉은 글씨로 적힌 곳에 들어가서 몸을 깊게 담갔다. 따지고 보면 만화책에서는 이런 장면을 안개를 그려 대부분을 가리지만, 어차피 이 기록은 글로만 남겨지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작업을 하지 않아서 편리하다.
아니 중심내용은 이게 아닌데...
어쨌든 루나에게 어제 있었던 ‘맹수 조련사’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다. 루나가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위험해서지만...
“우와! 그럼 그 커다란 괴물을 직접 눈으로 본거에요? 정말 기대된다!”
“기대하라고 말한 거 아니거든!”
아직까지 달과 이곳을 넘나드는 달 토끼인 루나에겐, 새로운 땅의 진기명기일 뿐이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만큼, 무한한 위험도가 있는 이런 곳에서 저런 말을 할 정도라니...
“그나저나 다른 아가씨들은요?”
“아직 자고 있을 거야. 내가 눈 뜬 시간이...아마 오전 10시가 다 되려고 했으니까. 아직까지 더 자게 놔둬야지.”
그러고 보면 이상하다.
난 분명 잡화점 1층에서 이불을 깔고 자고 있었는데, 눈을 뜨니까 마리아와 루시피나가 옆에 있었다니?
“분명 새벽 4시에 문을 닫고 바닥에서 잤는데?”
“그건. 제가 옮겨드렸기 때문입니다.”
욕실에서 다른 목소리가 났다. 분명 사무적이면서도 목소리에 칼날이 있는듯한 사람이라면...
-쾅!
“쇼콜라 뿅뿅할 시간입니다.”
“어째서 욕실 문까지 발로 차고 온 거에요! 그보다 어떻게 온 거야!”
왕실의 고풍스러운 메이드복을 입고 오늘도 거침없는 하이킥을 선사하며, 욕실의 문을 날려버렸다.
“그야 당연히 현관으로 당당하게 들어갔습니다.”
“또 잡화점의 문을 박살내고 온 거잖아요!
아무래도 잡화점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마땅히 풀 곳이 없으니까, 나를 집어 던져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중이었나 보다. 그나저나...
“그보다 쇼콜라 씨가 옮겼다니...그럼 몇 시에?”
“새벽 5시 30분 정도에 소리가 안 나는 발차기로 문을 날려버린 뒤에, 밑바닥에서 자고 있는 당신을 보게 된 거죠. 그보다 여장을 하고 자는 걸로 보였는데, 실제로 여자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드디어 자신의 성 정체성을 파악한 겁니까?”
“무슨 성 정체성 타령이야! 내가 되고 싶어서 이렇게 된 줄 알아!”
그보다 소리가 안 나는 발차기로 문을 날려도 문이 박살 나는 소리는 들릴 터인데...
“아무튼 이렇게 왔으니 목욕봉사를...”
“무슨 목욕봉사에요? 쇼콜라 씨는 무슨 파견 나온 자원봉사자라도 되는 줄 알아요?”
“메이드 입니다.”
“그럼 아르페 공주님 곁에나 가란 말이야! 왜 여기서 문을 2개나 부셔 먹는 거에요!”
대체 이 사람이 어떻게 메이드가 된 거야?
그냥 필멸자 하세요.
“아쉽군요. 매끈해 보이는 피부라고 빌미를 삼아, 여자들의 기쁨을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내가 들은 여자들의 기쁨에는 아이스크림과 단 것, 간식을 먹어도 살이 안 찌는 것뿐이니까. 이상한 것 독자들에게 주입시키지 말고 당장 나갓!”
아침부터 내가 끼얹는 것이 물인지 스트레스인지 분간을 할 수 없는 목욕이 끝나고, 아직까지 있는 쇼콜라 씨를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아직 잡화점에 무슨 용무라도 있는 건가요?”
“아뇨. 용무라면 당신에게 있겠지요. 2개 정도?”
2개 정도라...
“하나만 들어보도록 하죠.”
“여전히 눈치가 빠르군요.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말씀 드리죠. 아르페 공주님의 명이기도 하니까.”
아르페 공주님이 보내서 온 쇼콜라씨의 회전드릴 같은, 짙은 분홍색의 머리카락을 의식하며, 그 내용을 들어야 했다.
“최근 프리트론에서 반란이 감지되고 있다는 소식 입니다. 물론 이것은 극비이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은밀하게 온 것이죠.”
은밀은 개밥 그릇에 반찬으로 줬나? 문을 2개나 부셔먹고 왔으면서...
“그보다 반란이요?”
“네. 알프레이드 왕자님은 아르페 공주님께 은신처로 떠나도록 명령을 했지만, 아르페 공주님께서는 그것을 거부하고 대신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만, 어느 때까지나 남자의 모습인 당신이겠지요. 지금은 누가 커스터마이징을 했는지 몰라도 이런 모습이라면...오히려 더 잘 되었을지도?”
잠깐 내 모습을 보고는 불길하게 말 끝을 흐렸다.
그 전에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쇼콜라 씨? 그보다 저를 어떻게 알아차린 거에요?”
“하? 그거야 당연히 땅바닥에서 자려는 여자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맥을 짚어서 마나의 패턴이나 흐르는 정도로 보아. 마나의 양은 더욱 거대해졌지만 카일. 당신이라고 파악했습니다.”
맥을 짚어서 알 수 있다니? 내가 남자였을 때는 맥을 짚지도 않았는데?
“그 이전에는 보디블로로 확인했습니다.”
“어떻게 복부를 가격하는데 맥을 알 수 있는 거에요! 무슨 괴물입니까!”
그건 애초에 할 수 없는 일이잖아.
“어쨌든 지금으로는 프리트론에 있는 상황이 더욱 급합니다. 부디 다른 일이 없다면 공주님을 한번 더 도와주세요. 물론 사례는 크게 지급할 예정이라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입니다.”
더할 나위가 없는 기회라...
“제 신분이 상승하나요?”
“아닙니다.”
“그럼...막강한 보물이라던가?”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대체 뭘 주려고...?
내 머리 위에 크고 작은 물음표가 3개 정도 나타났을 때. 쇼콜라 씨는 자신의 입으로 이런 말을 했다.
“저의 숙련되고 환상적인 테라피 오일 마사지로 순식간ㅇ...”
“차라리 200골드로 합의 하죠.”
그게 뭔지 몰라도 그냥 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쇼콜라 씨의 말을 끊고 나는 답했다. 쇼콜라 씨는 그 후에 헛기침을 한 뒤. 수락할 마음이 있으면 아르페 공주님에게 찾아가라고 한 후 잡화점에서 떠났다.
***
프리트론의 반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에게 왕궁에 잠입을 해서, 조사를 해달라는 소리가 되는데, 그건 레이비스 씨가 아닌 나를 찾아온 것이, 더욱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맹수 조련사에 대한 것을 넘어서 그들의 조직을 파악하는 것 또한 한시라도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일로, 어릿광대와 더불어 또 하나의 멤버가 있는 집단인데, 하나 같이 괴물만 모아놓은 곳에서 무슨 일을 할지 알 수 없기에, 사전에 조사를 한 후 그것을 막는 것이 더 수월하겠지.
그러나, 그 둘의 일을 동시에 진행하기에는 내 몸은 하나라서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 일에 대해서 과연 어떻게 진행해야 할 지. 따라서 나에게 2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하나는 먼저 쇼콜라 씨의 의뢰를 수락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조사를 부탁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내가 직접 조사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아르페 공주님의 의뢰를 수행하는 것.
잡화점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는 나는 문뜩 밖에서 들려온 비가 소리치는 것을 들으며, 묵묵히 앉아서 생각하고 있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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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점 입니다.
뭐로 진행하든 카일이 굴려지는 것은 똑같지만...
오늘 덧글을 보고 분기점을 결정하겠습니다.
달리지 않는다면 사다리 타기로 결정해야죠.
아무튼 결과는 다음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