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45

FNL-Phantasm 2016. 7. 7. 01:23




145

 

인생에 있어서 항상 평온한 날이 있으면,

그걸 완전히 부셔버리는 사건이 터지는 날이 존재한다.

매리와 마리의 여행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남을 걱정할 때가 아닌가?

-레시아와 가위바위보에서 가위를 내기 직전의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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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내 시야가 차단 당했다. 그렇다고 해서 눈에 안대가 씌워진 것은 아니고, 강한 충격이 온 몸을 뒤흔들어 버린 감각만이, 이전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추측하게 만들었다.

 

루멘의 말로는 더 이상의 가위바위보는 위험하다고 했으나, 레시아가 힘 조절을 적당히 한다면, 그리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가위바위보를 한 결과. 계속해서 과거를 집어가는 기억 속에서는, 레시아가 바위를 냈고 그 이후에 평소에 때린 것에 4배가 달하는 마기가 응축되더니, 그대로 내 턱을 강타한 것이 주마등처럼 천천히 지나갔다.

 

세상에 마상에 할 필요 없이, 전에 10분의 4의 위력으로 때리겠다는 레시아의 공약이 지켜진 셈. 물론 항마의 축복이 아슬아슬하게 버텨준 건지, 아니면 체내의 마나를 순환시키는 것이 능숙해졌는지, 데미지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혹시 모를까? 죽어버릴 만한 데미지를 받은 인간의 몸은, 처음에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그 말.

 

-지금까지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를 봐주셔서 감ㅅ...

 

아직 안 죽었다고! 효과음 담당! 내가 생각하는 그 자체만으로 살아있는 거잖아!

누군가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

그러니 이 공식을 대입하면 아직까지 내가 독백으로 이리저리 말하고 있으니까, 정확하게 긍정적이며 필연적으로 살아있으리라. 천천히 눈을 뜬 결과 잡화점의 천장이 보이고, 몸에는 이불이 덮은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기절한지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라고 생각했다.

 

. 일어났는가 주인?”

 

연보라 빛의 비단 같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위압적인 붉은 눈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20대 초반의 외모를 가졌고, 치트와 같은 몸의 굴곡을 자랑하듯 흑색과 붉은 선으로 마무리한 천 옷을 입고 있는 여성.

 

한 때는 검은 고양이로 활동했던 레시아가, 잠깐 본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겠지.

 

애초에 주인은 예전부터 짐의 본 모습으로 돌아가도, 정신이 붕괴되지 않을 테니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는, 불편한 고양이 형태는 잠깐 휴식하도록 하겠다.”

 

레시아는 고압적이면서도 맑은 목소리로 말하며, 카운터 위에 걸터앉았다. 모든 이들을 보기만해도, 혹은 레시아를 보고만 있어도 타락할만한 외모일까? 내 정신방어가 만약 강하지 않았다면...전에 했던 레시아의 말대로 죽거나 심하면 침을 흘리겠지.

 

이것은 타락의 영향이 약한 인간의 몸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너무 예뻐서 사람의 심장이 멈출 정도가 아닐까? 그것도 대재앙이긴 하네...

 

레시아. 본심은 뭐죠?”

 

당연히 주인과 키스 이상의 진도를 나아가기 위함이지 않는가!....”

 

레시아와 나는 서로 이어져있긴 하지만, 레시아의 생각이나 감정이 전달되지는 않는다. 그냥 마나를 레시아에게 주거나, 멀리서도 텔레파시를 사용하기 위함이니까. 애초에 진도를 나간다는 목적 아래에 본 모습으로 돌아온 마왕은 처음 봤다.

 

...이렇게 된다면 강행돌파다!”

 

하지 마요.”

 

뭔가 이상할 정도로 불타오르는 레시아와 달리, 나는 상당히 침착한 상태로 허브티를 마셨다. 지금 당장이라도 내 정조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레시아 앞에서, 태연한 얼굴로 나는 말했다.

 

그보다 레시아도 놀러 가는 것이 어때요? 모두 바다인지 뭔지 하는 곳에서 놀러 갔는데?”

 

지금 잡화점에 나와 레시아 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이들은 모두 루니아 누나를 필두로 바다로 놀러 나갔다. 이곳에서 가까운 바다를 보러 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사키엘의 문을 이용해서 수영복을 입고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모습을 보았고, 나머지 마리아와 루시피나, 루나도 전부 뛰어내렸다.

 

물론 잡화점은 운영해야 하니까, 나는 남는다고 했고 레시아는 어차피 자신은 고양이 모습으로 바다에 돌아다닐 테니, 그냥 나와 함께 남아있겠다고 말한 결과가 이렇다. 그냥 레시아도 바다로 놀러 가버렸다면, 지금쯤 나는 상당히 안전하게 잡화점을 운영했겠지.

 

짐이 아까와도 말했듯이 그곳에 있어봤자, 본 모습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게다가 타락의 영향을 받은 일반인들이 전부 사라지길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야밤에 수영이라도 하는 것이 좋은가?”

 

그건 안돼요.”

 

어차피 자기만 재미없을 것 같으니 그냥 가지 않겠다는 소리가 된다.

물론...뜸을 들여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본래 계획은?”

 

그야 주인이 자고 있는 사이에 더...크흠.”

 

이게 시중에서 떠돌아다니고 있는 선정성이 강한 만화책과 소설의 악영향인가. 말도 안 되는 말을 레시아의 입에서 들을 뻔했다. 아직까지 완벽한 문장이 나온 것은 아니니까, 그다지 상관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잡화점에서 잘 때는 최대한 신경을 써야겠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주인 그냥 붙어만 있겠다.”

 

그러고는 내 등뒤에서 무게가 느껴지더니, 따듯한 온기가 내 몸을 감쌌다. 그 전에 붙어있는다는 말과는 전혀 다르게, 내가 끌어당겨진 기분은 뭘까?

 

이게 다른 사람을 안는다는 것인가? 짐은 항상 고양이 상태로 짐에게 안겨있으니까 잘 몰랐는데, 이것도 나름대로 포근하고 좋은 것 같구나. 가끔가다 마왕성에서 짐이 자고 있을 때, 안는 베개로 사용하면 상당히 괜찮겠군.”

 

그 전에 어째서 레시아가 나보다 키가 큰 거지?

 

레시아? 제 등에 붙어 있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뭔가 주인? 싫은가?”

 

싫고 좋고를 떠나서...어째서 제가 공중에 3cm정도 부양하고 있는지, 그것부터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레시아가 날 끌어 안은 동안, 공중에서 3cm정도 떠다니고 있는 처량한 모습을, 마침 정면에 있던 전신거울을 보자마자,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다시 생길 정도로 비참해졌다. 나도 그리 키가 작은 편이 아니라고 자부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여자에게 안겼을 때, 들어 올려지는 것에 대해, 뭔가 자존심이 상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 -”

 

매미소리 내지 마요!”

 

주인은 착한 자로다.”

 

머리 쓰다듬지 말고!”

 

사탕을 포상으로 내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가? 주인.”

 

어린애 취급 하지마!”

 

연속적으로 태클을 걸고 있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나저나. 주인의 제자가 여행을 간지 얼마나 지났는가?”

 

대략 1주에서 더 넘었죠.”

 

매리와 마리가 떠나기 전에 실력검증을 위해 잠깐 붙어본 결과, 조금이라도 내가 실수를 했다면 사신 할아버지에게 노를 맞고 다시 돌아올 뻔했다. 다름이 아니라 엘리트 자매답게, 연계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더라. 매리는 주특기인 원소마법을, 마리는 마법공학을 이용한 기계들을 이용해서, 근거리와 원거리를 전부 점령해버렸으니까.

 

덤으로 마리에게 마법방패를 집어 던져서 기절시켰고, 매리는 화염구를 베어 가르고 검을 목에 겨눈 것으로 끝이 났다.

 

나에겐 정말 악몽과 같은 시간이었...

아니. 지금이 더 악몽과 같은 시간이군.

 

후우~”

 

귀에 바람 불지 마!”

 

그러자 레시아는 나의 반응을 본 뒤에 시큰둥한 어조로 말했다.

 

이상하군. 분명 히약!’이라던가 꺄악!’이라는 귀여운 소리가 나야 하는 것을.”

 

그러니까 레시아는 루나에게 책을 너무 많이 본 악영향이 크다니까요? 애초에 그것들은 전부 판타지에요. 그보다 무슨 남자가 꺄악!’과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요!”

 

여기 장르도 판타지이지 않는가? 그리고 루나의 책에서 다 큰 여자가 어린 남자 아이를 괴롭히는 책 중에서...”

 

그만! 책의 내용을 이야기 해달라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 장소는 나에게 있어선 현실이야!”

 

작중 인물에게는 그 상황은 현실임을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독자들에게는 장르가 판타지일지 몰라도 나는 여기서 태어났으니까. 그리고 덤으로 루나의 책을 다시 압수해야 할 시기가 찾아온 것에 대해 뼈저리게 느꼈다.

 

주인은 매번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철벽과 같은 존재로군. 하지만 짐은 그깟 철벽쯤은 가루로 만들어 보이겠다.”

 

이 이상 더 상황이 나빠질 수 있을까?

 

으어어어어얽...”

 

언제 문을 열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한 남자가 침을 흘리며 멍하니 서 있었다.

...마일론이잖아!

 

레시아! 고양이로 돌아가요!”

 

왜 그런가? 그러고 보니 저 남자는 주인의 친구던가? 어째서 침을 흘리고 있는지 잘 모르겠군. 혹시 주인과 짐의 애정이 담긴 모습에 넋을 잃은 것인가?”

 

무슨 헛소리야! 레시아가 본 모습으로 돌아가서 타락의 영향이 마일론에게 가고 있는 거잖아요! 하이퍼 광역 오러 부스트 같은 마왕아!”

 

마지막 말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레시아는 나의 말대로 고양이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마일론은 2분 뒤에 침을 계속 흘리다가 이윽고...

 

하이퍼 제네레이션!”

 

...

정신을 차리긴 했다.

 

여왕님께 보고 드릴게 있어서 왔는데, 마침 친애하는 카일과 그의 동반자 마왕님이 계셨군요. 그나저나 아까 연보라 빛의 내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분이 있던 것 같은데?”

 

착각이야. 또 이상한 포즈로 프로포즈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말이 아냐.”

 

마일론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여왕님께선?”

 

마리아는 바다로 놀러갔...”

 

순식간에 마일론이 내 멱살을 잡고 침이 튈 정도로 큰 소리로 외쳤다.

 

뭣이! 그렇다면 그 청순하고 가련하지만 건강미 넘치는 흑발 흑로리인 여왕님께서, 학교 수영복을 입고 바닷가에 놀러 가서 이리저리 뒹굴 뒹굴 거리고 있다는 소리인가? !”

 

마지막의 마일론의 바람 들이키는 소리는, 내가 왼쪽 주먹이 마일론의 복부를 때문에 나오는 소리다.

 

우선 첫 번째로 청순하고 가련하지만 건강미 넘친다는 말에 모순점이 느껴졌고, 두 번째는 너의 매니악한 취향을 알아버렸으며, 세 번째는 제발 부탁인데 가까이 가서 침이 튈 정도로 큰 소리로 이야기 하지마. 뇌가 머리로부터 긴급 탈출한 녀석아. 그 미역 정말 안 자를래?”

 

...패미니스트로서 당연한 취향인 것을...”

 

니가 지금 전세계에 있는 패미니스트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만 알아둬.”

 

어쨌든 마리아에게 들려줄 소식이라면, 내가 듣고 있다가 전해줄 수도 있으니 나에게 말하라고 입을 열자. 마일론은 잠깐 생각하더니 그것도 괜찮겠지.”라고 중얼거린 후. 입을 열었다.

 

여왕님의 명령대로 몬스터들의 시체를 알아보는 도중, 어릿광대의 행적을 찾아냈다고 전해줘라.”

 

이 소리는 레시아의 고개를 들게 만들었고, 나는 또 무슨 난리가 터질지 모르는, 예측이 불가능한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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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이 1시간 더 늘어서 9시에 퇴근합니다.

덤으로 우체국에서 오침하는 도중에 찾아와서 잠을 별로 못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