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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08

FNL-Phantasm 2016. 5. 29. 14:04

108

 

 

 

그간 한 달이 조금 넘어간 사이에 나는 얼마나 많은 여장을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맨 처음에는 그냥 한 번 하고 말겠지. 라는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한 번 했으나, 그것이 루니아 씨로 인해 잡지인지 뭔지 찍혀 나가면서, 결과적으로 횟수가 증가하는 것을 매번 느끼고 있다.

 

아무리 저주받은 잡화점이라도, 잡화점에 있는 물건을 팔면서 잉여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도 한 편의 휴지조각이 되었고, 지금은 현재...

 

정말 이렇게 보니까 너무 잘 어울리잖아?”

맞아. 맞아.”

 

어쩌다 보니 사테라 씨의 용무가 끝나기 전까지는, 무녀들과 같이 숙소에 있던 것으로 되어버렸다. 비록 여기서 무엇을 더 써내려 갈 수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은 내 인내심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치마는 들추지 마시죠!”

 

이건 내가 한말이다.

뒤쪽에 있던 무녀가 스르륵하고 올리려는 장난을 차단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보통 이건 어린 남자아이가 아이스케키!’이러면서 여자아이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지만, 지금은 역할이 뒤바뀐 상황이 나올 줄이야. 애초에 온갖 수치라는 수치는 다 겪고 있는데 이 이상 겪으면, 절벽으로 뛰어내릴법한 혐오감이 증가할 추세다.

 

물론 그 무녀들은 내 모습을 보면서 킥킥하고 웃고 있었고, 초성으로 간단하게 적으려고 해도, 이 페이지를 전부 한 문자로 바꿀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정말 이러다가 만인의 장난감이 될 지경이라고 해야 할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모습을 본 남자가 얼마 없다는 것이 되겠지. 물론 잡지에 나온 내 모습은 제외로 해두자.

 

주변 샹들리에 빛이 따듯하게 느껴질 무렵. 사테라 씨는 커다란 문을 열고 나를 환영해 주었다.

 

어서 오세요. 카일님. 드디어 여체화 마법에 관심을 보이셨군요? 카일님이라면 곧바로 성녀가 될 수 있을 거에요.”

 

마치 내가 성녀가 되러 왔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보다 그런 끔찍한 마법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인가? 아무튼 그런 끔찍한 소리를 들었으니, 나는 정색을 하고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정색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느낄 정도로 강력했으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저희는 용무가 있어서 온 겁니다.”

 

! 이 귀찮은 직업 이제 그만두는 건가 했더니만...”

 

어이! 성녀!

결과적으로 사테라 씨는 지금의 일이 너무 귀찮으니까, 다음 사람을 주고 싶다는 마음 밖에 없었나 보다. 아무튼 성녀면서 어두운 분위기를 잠깐 거두고, 사테라 씨는 내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아우리스 여신을 만나고 싶어하시는 거죠?”

 

뭐 정확히는 레시아가 할 말이 있다고.”

 

마왕이 여신을 찾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진행은 사테라 씨도 놀라게 만들었다. 물론 왠 검은 고양이 하나가 내가 마왕이오!”하면서 여신을 찾는 모습도 놀랐겠지만, 레시아는 내 머리 위에서 폴짝 뛰어내려와서 입을 열었다.

 

짐은 레프리시아. 타락의 마왕이다. 아마 이런 말만 들어도 자동으로 아우리스가 날아올...”

 

순식간에 사테라 씨 등 뒤에 4쌍의 날개가 튀어나왔다. 말 그대로 날개가 느닷없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리고 상당히 화난 목소리로 일방적인 질타를 시작했다.

 

마왕!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는가! 여기는 신성한 무녀들이 성녀로 발돋움 하러 오는 곳이거늘! 그대가 여기에 있기만 해도 무녀들이 타락을 하는 것이 아닌...아니 레프리시아는 어디에 있지?”

 

물론 질타를 하는 도중에 정작 자신이 알고 있는 마왕의 모습이 없어서, 매우 당황한 여신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모든 여신은 각자 대본을 들고 오는 것인지, 왠지 모르게 멘트가 정말 일정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예외적인 상황에서 당황한 모습도...

 

아우리스. 밑이다 밑.”

 

어머나! 고양이가 말을 하잖아!”

 

비니스의 여신은 단숨에 알아봤으나, 아우리스는 그걸 알아보지 못하고 고양이라고 쓰다듬으려고 하다가, 레시아가 쿨하게 손톱을 휘둘러 접근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아우리스의 다음의 말은...

 

마왕! 그런 귀여운 모습으로 천계의 최고 여신인 아우리스를 농락하려 들다니! 하지만 나를 현혹하려면 100만년이나 멀었다!”

 

방금 현혹될 뻔했잖아요.

어쨌든 아우리스 여신이 사테라 씨의 몸에 강림하고 나니까, 후광이 너무 눈이 부셔서 제대로 볼 수도 없었고, 무녀들도 모조리 엎드리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 무녀는 왜 엎드리지 않는가?”

 

아우리스는 분명 나를 말한 것이겠지.

조만간 무녀 코스프레는 태우던가, 버리던가 해야겠다.

 

저는 애초에 코스프레만 한 것이지, 사실상은 남자라서요. 이야기 하자면 좀 길지만 일단 레시아...아니 레프리시아의 주인이기도 합니다. 제 이름은 카일이고요.”

 

아하! 백장미에서 나왔던 그 남자애로구나! 나중에 싸인 좀 해줄래?”

 

그 잡지는 대체 어디까지 퍼져나간 거냐! 조만간 우주를 뚫고 가겠다!

아무튼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기 때문에, 레시아는 헛기침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짐이 아우리스를 부른 이유는 한 가지. 월식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보기 위함이다.”

 

한 낱 마왕이 여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다니, 오래 살다 보니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 아닌가!”

 

짐은 아직 젊다.”

 

아우리스와 레시아는 극악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듯 보였다. 게다가 왜 계속 아우리스는 나를 힐끗 힐끗 보는 것 일까? 아우리스는 잠깐 눈을 감고 생각하는 듯 월식이라...”라고 하며 중얼거렸다.

 

비록 이 대륙에는 여러 신들이 존재하지만, 월식이란 녀석은 확실히 말해서 신적인 존재라기 보단 필멸자에 가까운 자다. 다른 은하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먹어 치운 후에, 우리 쪽으로 넘어와서 여러 세계를 파괴하려고 들었지만, 그때 당시에 최초의 여신인 나, 아우리스가 월식과 싸워서 검은 구슬에 봉인을 하였고...”

 

그 이후에 나를 보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지금은 저기 있는 소년이 월식을 담을 그릇이란 소리다.”

 

지금은?”

 

나는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그 이전에 월식을 담았던 사람이 있다는 것이 되는데...

 

짐의 주인이 월식을 담을 그릇이라는 것이 확정이 되었다면, 지금이 상황은 확실히 위험한 상황이다. 아우리스. 주인의 몸에는 현재 반 쪽의 월식이 잠들어 있으니까. 그리고 남은 반 쪽은 우리가 그때 만나고 상의하여, 공공의 적으로 찍었던 어릿광대다.”

 

아우리스는 으음...”하며 소리를 흘렸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나로 인해 상황이 안 좋아 진 것인지, 계속해서 골치 아프다는 표정이 아우리스 여신의 표정에서 나타났다. 물론 아우리스 여신을 담은 그릇은 사테라 씨지만...

 

애초에 동조가 잘 되는 몸이기에 더욱 더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마왕. 이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다시 하겠다. 지금은 이 아이의 몸이 버티질 못하니까. 슬슬 돌아가 보도록 하는데...”

 

아우리스 여신은 나에게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싸인 해줘.”

 

종이와 펜을 나에게 들이 밀었다.

그나저나 꼭 그게 천계에서 필요해요?

 

다시 날개가 사라지고 눈을 아프게 하는 후광이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사테라 씨는 천천히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진짜 이년이 다짜고짜...아니. 아우리스 여신님께서 많이 성급하셨나 봅니다. 게다가 오늘은 몸이 많이 피곤하군요. 무식하게 신성력만 쎈...아니 강하고 아름다우신 아우리스 여신님을 담고 있는 저도 아직 수련이 부족한 거겠죠.”

 

저 문장으로 인해 사테라 씨의 양면성을 추측할 수 있었다. 다시 사테라 씨는 어디서 꺼내왔는지 모르는 안경을 쓴 후에, 인자한 얼굴로 나에게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소문으로 듣자니, 카일님도 아랑이라는 신을 몸에 담으신 적이 있으시다고 했죠?”

 

? 그건 어디서 들었나요?”

 

잡지에서 나온 걸요? 늑대 귀와 9개의 늑대 꼬리가 있는 모습으로.”

 

그거 여우에요.

구미호니까 여우라고요.

아랑이 들으면 울겠다.

 

...그때는 매료의 주술 덕에 심각한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것은 왜?”

 

사테라 씨는 또 다시 고민을 했다.

뭔가 오늘은 생각하는 것이 많은 날이기도 하는 구나. 이윽고 나에게 입을 열은 내용은 좀 충격적인 이야기인데...

 

보통 남자의 몸으로는 신을 담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먼 과거에 월식은 애초에 아우리스 여신도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말 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을 했으나, 신앙이 부족해도 신이었던 아랑을 몸에 담았던 것은 상당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한다.

 

어쩌면 월식에 대한 대책이 있을 때까지는, 그것을 완화시켜주거나 억제시켜줄 신을 담아 보시는 것도 추천 드리죠.”

 

추천이요? 지금 제 상태가 어떻길래?”

 

레시아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 주인의 상태는 지금 월식이 깨어나기 일보 직전이다.”

 

월식이 깨어나기 일보 직전이라는 소리는...

 

지금도 월식이 깨어나고 있다는 소리인가요?”

 

이거 마치 내가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과 같은 소리잖아?

 

애초에 주인의 몸이 특이체질이라서 더 골치 아픈 것이다. 마나를 가득 수용할 수 있는 체질인 만큼, 신을 담았을 때 몸의 부담도 적고, 그 안에 담긴 신은 능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아니, 신 뿐만이 아니라 그냥 몸에 담을 수 있는 한낱 악령마저도 다 담을 수 있으니까. 그건 그거대로 상당히 골치 아픈 것이다.”

 

레시아는 그렇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결국 내 몸의 체질은 빙의가 잘 되는 체질이라는 것. 하지만 지금껏 살아오면서 잘 안되던 이유는...

 

그래도 주인은 일반인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높은 수준의 정신방어가 있다. 그것 때문에 아직까지 월식이 주인의 몸을 점거하지 않고, 자고 있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그나마 정신 방어가 높아서 다행이란 소리가 되는 건가?

 

따라서 주인의 지금 상황은 매우 위험하니까, 아랑을 다시 불러오거나 아니면 다른 수를 찾아볼 수 밖에 없다.”

 

마치 전염병을 퍼트리는 회사에서 생물무기로 선택해서 플레이 하는 것 같잖아?

...생물무기 특징이 가만히만 있어도 치사율이 올라가서, 감염자가 싹 죽어버리기 때문에, 맨 처음에 감염성과 치사율을 낮춰야...아니. 지금은 공략이 문제가 아니라.

 

아무튼 지금은 다른 대책을 찾아보는 것이 급선무다. 주인. 돌아가도록 하자.”

 

그렇게 발 밑에 마법진이 나타나면서, 나와 레시아는 귀환마법으로 잡화점 1층에 도착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딱 한가지.

 

레시아. 왜 저는 항상 공중에서 나타나는 거에요?”

 

늘 말하지만, 주인의 좌표를 항상 착각하니까 어쩔 수 없다.”

 

이제 익숙할 만큼 익숙해졌는데, 이런 실수는 하면 안 되는..!”

 

말하는 도중에도 사람은 항상 떨어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혀라도 깨물지 않았으니 정말 다행이지.

 

아까와도 말했듯이 주인은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바닥에 부딪친 머리를 오른손으로 어루만져서 달래는 동안, 레시아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만약 아랑을 찾아 올 수 없다면, 아랑과 비슷한 무언가를 몸에 담고 있거나, 그 외에 다른 방향으로 월식을 깨우면 안될 테니까.”

 

그 대책은 얼마나 오래 걸리죠?”

 

붉은 두 눈이 나의 눈이 마주치며 말했다.

 

이미 대책은 생각했다. 그러니까 주인.”

 

레시아가 뜸을 들이는 것은 나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번엔 또 어떤 소리가 나를 기다릴지. 걱정 반 불안 반으로 조용히 경청을 했다.

 

비니스 여신을 몸에 담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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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주말이네요.

어제 헬던전...아니 알바는 무사히 잘 다녀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