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01

FNL-Phantasm 2016. 5. 22. 12:31

101

 

 

 

모두에게는 첫사랑이 있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첫사랑인지 뭔지 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첫사랑은 애절하고 비극적이라고는 하더라. 하지만 내가 만약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지금 내 앞에서 아직까지 아이니스를 생각하고 있는, 인큐버스가 첫사랑이라는 여린 연심을 품고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래도 같은 남자로써, 동생 같은 녀석이 사랑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을 지원해 줘야 도리가 아닐까? 응원이라도 해준다거나? 여러 가지 해줄 것은 많으나 상대는 아이니스이기에, 과연 인큐버스가 제대로 해낼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여성공포증이 점점 사라진다는 증거잖아? 그 정도면 장하지.”

 

나는 그렇게 작게 중얼거렸다.

마음속으로 겉돌아야 하는 말이, 무의식 적으로 입밖에 튀어나온 적은 이번이 몇 번째일까? 살아오면서 그런걸 하나하나 세는 사람이 있다면, 그만큼 할 짓도 없는 사람인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나저나 아이니스와 같이 있을 때, 너에게 매료되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지?”

 

인큐버스는 자신도 그것이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이니스는 저를 항상 똑바로 봐줬어요. 그리고 의외로 다정해서 더욱 마음에 끌린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 내가 말한 의도는 네가 사고에 휘말렸는지 확인하는 거지, 아이니스에게 왜 빠졌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어.”

 

지금 인큐버스의 상태라면, 눈만 감아도 아이니스가 보이고, 꿈에서도 아이니스가 보이며, 아이니스를 생각만해도 웃음 꽃이 저절로 피어나고...뭐 아무튼 첫사랑의 증상이 벌써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순하고 여린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는 순간, 상당히 공격적이고 열정적으로 변하기 쉬운 타입인데, 이번 기회에 여성공포증이 치유된다면 그거야 말로 다행이다.

 

아무튼 인큐버스...”

 

오늘은 그녀의 꿈속에서 놀기로 했어요! 거기서 차도 마시고 꽃을 꺾어서 목걸이도 만들어주고, 그 다음에 낮잠도 자기도 하고!”

 

이 녀석은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내가 부르기만 했는데, 저런 내용을 내가 물어볼 것처럼 미리 대답을 했다.

 

애초에 꿈속에서 낮잠을 잘 수 있어? 그럼 꿈속에서 꿈을 꾸는 셈이 되잖아? 그러다 평생 자겠다. 아무튼 인큐버스는 지금 소박한 행복을 상상하며 웃음 꽃이 피기 시작했다.

 

와아! 귀여워요오!”

 

으아! 카일 씨! 도와주세요!”

 

어쩌다 보니 인큐버스가 웃는 모습을 본 루니아 씨가, 0.4초만에 인큐버스를 끌어안으며 볼을 부비부비하고 있었다. 얼마나 빨랐는지 루니아 씨가 움직이고 나서야 공기가 움직일 정도. 겨우겨우 풀고 나서 인큐버스는 다시 내 뒤에서 벌벌 떨며 무서워하고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놀랬으면 의지가 가득 찼던 인큐버스가 제 뒤에 숨어버렸...”

 

와아! 카일!”

 

이번엔 루니아 씨가 나를 끌어안았다. 애초에 인큐버스가 뒤에 숨으면 곧바로 나에게 달려온 탁구공 같은 루니아 씨는, 자신의 뒤에 얼마나 많은 인원의 전투력을 상승 시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또 다시 마리아가 뒤에서 검은 성배를 들고 마탄을 쏘았고, 루니아 씨의 형체가 또 사라지더니 어느 사이에 내 눈앞에는

 

-파앙!

 

빌어먹을! 독백은 끝까지 해줘야 할거 아냐!”

 

데자뷰인가?

저런 패턴으로 한방 맞은 것 같은데? 아무튼 방금 타격으로 잡화점 밖으로 튕겨나가, 땅바닥에 신선한 흙이 나를 맞이해줬다. 이러다 정말 땅의 정령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아이니스랑은 언제 다시 놀기로 했는데?”

 

밖에 나의 상태를 살피러 온 인큐버스에게 입을 열었다. 인큐버스는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1시간 뒤라고...”

 

대체 거기서 뭘 하고 있는데, 1시간 뒤에 다시 널 데리고 온다는 거야?”

 

마법수련을 도와주기로 했어요!”

 

최근에 아이니스가 독학으로 염력을 이용하여 바위를 나에게 던지고 놀고 있는데, 그 이상으로 수련을 한다면 조만간 잡화점을 뜯어서 날려버리는 것이 아닐까? 인큐버스에게는 아이니스와 만나는 것만으로 이득이라고 생각했는지, 자랑을 하듯이 밝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정말 1시간 후에 인큐버스를 또 빌려간다는 아이니스의 말을 뒤로 한 체, 문을 닫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다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뭔가 눈빛으로는 나에 대해 뭘 알고 싶어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모르는 척 무시하고 다른 일을 하러 가는 것이, 그나마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랑은 첫사랑이 있었어?”

 

그러니까 하나 같이 내 첫사랑에 대해 상상을 했다는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어쩌나...없는 걸.

 

없어요. 첫사랑.”

 

나는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살아온 20년의 세월을 전부 돌이켜봤지만, 애초에 내가 연애를 해본 기억도 없고, 사랑에 빠져서 환상에 허우적거린 시간도 없었다.

 

첫사랑이라...”

 

레시아는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

 

애초에 첫사랑이나 그런 것에 환상을 가지기 전에, 짐은 마계를 통일하였다. 사랑 때문에 이리저리 휘둘릴 바에, 차라리 아무도 모르는 구석에서 대량살상병기를 제작하거나, 키메라의 효율적인 배합을 생각하는 그런 참되고 아름다운 생각을 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다.”

 

레시아의 첫사랑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아무리 연애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대량살상병기와 키메라의 배합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만?

 

하지만 마왕님은 저번에 카일에게 첫키스를 가져가지 않았습니까?”

 

마리아의 말에 순간 뜨끔했는지 레시아는 움찔했다.

 

그건...맞아! 주인과 나는 마나 공급이 이어져 있다. 따라서 관계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짐이 주인의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점점 많아지고, 혹은 짐이 고양이 모습에서 마왕의 모습으로 돌아갔을 때. 정신붕괴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발판이지. 그래! 첫키스를 한 이유는 주인의 호감도를 올려서 짐의 능력적인 면의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었다.”

 

어느새 나는 공략대상으로...

 

그럼 나도 신랑에게 키스를 하면, 능력치가 향상되는 걸까?”

 

루시피나 씨의 말 한마디에, 마리아와 루나, 루니아 씨가 나를 보고 있었다.

뭔가 날 노려보는 눈들이 좀 이상한데요? 엄청난 기세가 보이는 눈빛들이 무의식적으로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이 분위기가 곧 엄청난 것으로 변질되는 기분이 들었기에 입을 열었다.

 

저기...그 먹이를 보는 듯한 맹수의 눈은 그만두시죠. 진짜 효과만 덧붙이면 눈에서 광선까지 나오겠어요. 게다가 제가 경험치의 책도 아니고 키스를 하면 능력치가 향상될 리가 없잖아요.”

 

이런 말을 한 뒤에 나는 태연하게 몸을 움직였다.

 

그래도 시도 가치는 있다.”

 

마리아가 포기를 하지 않았다. 대체 어떤 곳에서 키스를 한다고 능력치가 향상하는 설정이 어디 있다고...따지고 보니 너무 많아서 탈인가?

 

그렇다고 실험대상을 왜 저로 쓰려는지 그게 더 궁금하네요.”

 

그거야 여기에 남자는 카일 하나뿐이지 않는가?”

 

...최근 여자가 무섭다.

이러다 정말 여성공포증이 걸리게 생겼어.

루니아 씨는 느닷없이 이와 같은 말을 했다.

 

오오. 그럼 저도 카일과 금단의 남매 설정을 할 수 있다는 건가요오?”

 

애초에 금단의 남매는 피가 이어져있다는 전제하에 할 수 있는 거라고 전에 말 했잖아요!”

 

그리고 루니아 씨에게 태클을 걸고 있는 동안, 루나는 자신의 토끼 귀를 손질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럼 루나도 주인님과 키스하면 노래가 더 잘 불러지는 그런 설정인가요? 아니면 그걸 이상으로 더 넘어간 행위를...”

 

루나. 너는 조만간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리스트를 작성해서 나에게 제출하도록 해.”

 

사방에서 날아드는 말 속에서 오늘도 나는 태클을 걸고 있었다. 루시피나 씨는 계속해서 뭔가 생각을 하는 듯이,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고 있었고, 나는 결국 반 강제로 화제를 전환하는 것으로 마음 먹었다.

 

저기 인큐버스가 첫사랑에 빠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잘 되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나의 한마디로 모두에게 느닷없이 침묵이 강림했다.

 

그것은 인큐버스가 스스로 행해야 하는 일이거늘?”

 

마리아는 위와 같이 말했으나, 표정으로 봤을 때는 ? 귀찮은데에.”라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루니아 씨도 느긋한 표정으로 아이니스와 인큐버스가 잘 해낼거에요오.”라는 말을 하는 걸로 봐선,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다시 돌아보게 만들 정도...

 

주인이 그 둘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들이 개입을 하게 되면, 오히려 일이 잘못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뒤에서 따듯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일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옛말에 이런 말도 있지 않는가?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자.

우리가 걱정 된다고 해서 마냥 도와주기만 한다면, 오히려 독립심이 길러지지 않아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애초에 다른 사람이 연애를 하면 그것에 대해 응원을 해줄 수 있지만, 우리가 도와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오히려 도와준다고 해서 이상하게 개입을 하는 순간,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민폐가 아니고서야 무엇이겠는가?

 

확실히 제가 생각을 너무 깊게 한 것 같네요. 인큐버스가 스스로 일을 잘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게 실패가 되든 성공이 되든...”

 

성공을 하면 아이니스의 저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실패를 해도 이 일을 계기로 인큐버스가 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니까, 솔직히 어느 쪽으로 생각을 하던 긍정적으로 봤을 때는 전부 이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아직도 그런 먹이 보는 눈으로 보고 있는 겁니까?”

 

여전히 시선이 따가워서 고개를 돌려봤더니, 레시아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눈에서 또 다시 광선이 나갈 기세로 보고 있다는 것. 최근에 내가 너무 많이 노려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아직 첩의 가설과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만?”

 

신랑. 우린 약혼자잖아?”

 

금단의 남매 설정...”

 

주인님과 그 이상의 관계를 진행하면 언젠가는...”

 

역시 내 위험센서는 제대로 작동했다.

뭔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들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면 그대로 먹이를 덮치려는 사냥법과 흡사 비슷했다.

 

그런 모습을 본 나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미친 듯이 도망쳐 나왔다. 물론 누구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남자답지 못하다고 비난을 할 수 있으나, 이런 걸 실제로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거기에 분위기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읽는다면, 그 상황에서 여기에 있으면 정말로 큰일을 당할 거야!”라고 외치는 머릿속의 경고가 울린다.

 

그럼 사람은 본능적으로 도망간다.

우선 파이론 마을 안에 중앙 공원까지 뛰어가면서 뒤를 돌아봤지만, 추격이 없다는 것에 대해 정말로 안심을 했다. 이렇게 까지 빠르게 도망쳐 왔는데 어떻게 나를 앞질러 가겠어?

 

카일? 좀 늦었군. 자 어서 첩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해보도록 할까?”

 

신랑. 괜찮아 금방 끝나!”

 

! 누나에게 오세요오!”

 

주인님. 저는 늘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렇게 온 마을을 전부 뛰어다니며, 이 상황을 9회정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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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냥과 같은 것이죠...(?)